인도의 격언에 '백단향은 자기를 찍는 도끼날에
향기를 남긴다'라는 말이 있다
백단향이란 나무는 인도, 말레이 등지에 분포하는 교목 상록수로
그 심재에서 방향이 나고, 특히 뿌리에선 짙은 향기가 나는
목재로써 향로, 불상, 조각 세공품 등을 만든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향기를 지닌 백단향이 그 향기를 자기를 찍는
도끼 날에까지 옮겨 여향을 남긴다는 이야기.
사람에게 있어서도 진실로 아름다운 인격이란 바로 백단향
같음이 아닐까 생각된다. 조용히 있어도 그 향기가 풍겨져
나오고, 그를 해치고자 내리치는 채찍에 오히려 은은히 향기가
묻어나오는 그런 품격, 가령 어질고, 어버이가 진실할 때
자식이 방정함이 모두 백단향의 향기와 같은 이치일 것이다.
생각하면 오늘 우리들 주변은 무수한 폭력으로 얼룩지고 있다.
힘의 폭력, 말의 폭력, 마음의 폭력, 나는 지금 어떠한 폭력을
자행하고 있을까.
버스를 타며 택시를 기다리며 지하철, 육교, 시장, 극장, 거리
어디에선가 밀치고, 새치고, 부딪치며 앞을 다투는 무형의
폭력을 부리지는 않았을까. 가장 아픈 말을 골라 가장 무심한
얼굴로 상대방을 다치게 한 적은 없을까. 뒤에서 흉보고 앞에서
교언 영색하며 쉽게 약속하고 헌신같이 파기하는 가식과 경솔의
폭력을 저지른 일은 없을까.
스스로를 욕하고 파괴하는 허영, 나태, 탈선, 교만 등
보이지 않는 자멸적 폭력은 또한 없을까.
그리고 조금만 어려운 일도 냉연하게 외면하고 방관자의
위치에서 구경하는 무관심과 무책임의 이기적 폭력은 없었을까.
이에는 이로, 폭력엔 폭력으로 보복당한다. 그러나 백단향은
자기를 찍는 도끼날에 오히려 향기를 남긴다고 한다.
그렇게 백단향처럼 살 수는 없을까
건네는 한 마디 말에 따뜻함을 전하고 부드러운 사과의 말에
진실을 담고, 꾸미지 않고 도사리지 않고 위선하지 않고
감추지 않는 천심 그대로의 벗은 마음, 씻은 얼굴 화장하지
않은 맨살처럼 소박하고 진솔하게 그래서 우리를 내리치는
그 어떤 흉기에도 상하지 않고 오히려 은은히 향기를
전해주는 그런 백단향이 되고싶다.